백두대간

휴가를 아내와 큰재-개머리재

goldgate 2009. 7. 27. 14:29

 

올해 휴가는 8월 5일경으로 미리 정해 놓고 있었으나 아내가 어린이집에 근무 하는 관계로 아내에게 언제 휴가가 가능한지 물어 놓고 있던 차 7월 30일부터 가능하다는 이야길 듣고 때맞추어 휴가를 내기로 하고 우리는 백두대간을 휴가처로 잡았다.

7월 29일 저녁 장진우의 발령으로 송별회가 예정되어 있어 30일 아침 일찍 출발하여 당일 산행에 들어가기로 작정 했다.


고생하고 떠나는 동료의 송별회가 길어질 수도 있었지만 일차로 끝내고 더 붙잡힐까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이 식당을 빠져 나왔다.

미안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내와의 휴가를 처음부터 어긋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이미 모든 짐을 꾸려놓고 등산화는 벌써 차에 실어 놓고 있었다. 술은 취했지만 짐을 점검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2009.07.30-31 산행계획

장소

특기사항

예정(분)

실소요(분)

시각

비고

 언양휴게소

 

 

 

05:40 

7/30 

큰재

 

 

03:40 

08:50 

 

이영도목장

 

45

35

09:25 

 

회룡재

 

50

45 

10:10 

 

개터재

 

40

40 

10:50 

 

505

 

25

25 

11:15 

 

공성.외남면경계

 

45

 

 

 

위왕실임도

463넘어

40

95 

12:50 

 

477

 

30

 

 

점심 

백학산

 

30

80 

14:10 

 

임도

 

15

15 

14:25 

 

우측대표저수지발원

 

40

 

 

 

 

15

 

 

 

개머리재(소정)

임도

30

85 

16:00 

 

 

 

405

430 

 

 

개머리재

 

 

 

 

 

H

 

10

 

 

 

정상

 

30

 

 

 

지기재

차도

40

 

 

 

금은골

길주의

30

 

 

 

신의터재

화동차도

30

 

 

 

3회주의

 

60

 

 

 

무지개산

옆으로비낌

40

 

 

 

중마윗산

주의

50

 

 

 

묘지나437

 

35

 

 

 

윤지미산

 

25

 

 

 

묘,,묘

 

55

 

 

 

화령재

 

30

 

 

 

 

 

435

 

 

 



 

 

새벽4시! 아내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준비를 서두른다.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옷을 챙긴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다.

5시 10분경 우리는 차에 오르고 언양 휴게소에 들려 기름을 넣는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으나 비는 오지 않는다는 일기 예보를 믿어본다.

 

 

칠곡휴게소는 우리의 전진 기지이다.

아침밥을 아내는 육개장 나는 씨락국을 먹고 밥과 반찬으로 도시락을 쌌다.

생리현상을 해결 하고 세수를 마치고 바로 차에 올랐다....

 

 

 

선산으로 들어서려다 길이 익숙하지 않아 지난번에 돌아온 추풍령으로 내려 큰재 까지 일사천리로 달렸다.

차를 분교 마당에 대고 배낭을 메려니 하루살이 같은 날 파리들이 때로 몰려든다. 처음엔 모기인 줄 알았는데 그놈의 날 파리들이다.

이놈들 때문에 오늘 무척이나 피곤하겠다. 아내는 귀를 덮는 모자를 재빨리 꺼내 쓴다. 동네 주민한분이 학교 운동장에 들어온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자기가 관리인이라며 우리에게 와서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고 당부 한다.

 

 

 

숲이 너무 우거졌다.

풀잎이며 나뭇잎이 성할 대로 성하여 걸음걸이를 방해 한다.

대간길은 밋밋하다.

그러나 그놈의 날파리들이 더 성가시게 한다.

귓전을 윙윙거린다.

수건으로 귀를 감싸고 걷는다. 수건을 덮어쓰니 머리는 열이 한참 올라간다.

더워서 수건을 벗는다. 그러면 그놈의 벌레들이 또다시 윙윙거린다.

 

 

 

 

 

주변 밭들은 온통 포도가 익어 가고 있다.

포도 넝쿨 위를 비닐로 씌워 마치 멀리서보면 큰 물결 같다.

이곳은 우리나라 제일의포도 산지이다. 높은 지대라 평지 보다 기온이 2-3℃ 낮아 포도 생산에 적지라 하는데 ........

포도가 본격 출하되면 중대한 회의가 있음에도 혼자만 먼저 휴가를 떠난 것이 미안해 회사사람들에게 몇 상자 보내려고 마음먹었으나 마을로 내려와 알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출하 기간이 아니고 하우스재배분만 부분적으로 생산 된다하고 가격도 시내의 마트보다 오히려 비싼 것 같아 포기 하고 말았다.

 

 

덥지만 참아야 한다.

이놈의 소리가 아름답게 들리는 법은 없을까?

내내 화두를 던져 보나 답이 않나온다.

그들이 이곳의 주인일까? 나는 나그네에 불과한 것일까?

그들이 나를 따라올까? 아니면 내가 그들 사이에 들어 간 것일까?

그들도 나와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야할 동반자 일까?

그놈들은 며칠을 살까?

그들보다 내가 더 오래 살까?

오래 산다는 건 뭘까?

절대적인 물리적 시간으로 말하는 건지,

정해진 일생에서 상대적으로 말하는 건지 ....

.

.

.

.

아! 이놈들이 우리 점심 먹을 자리를 내어 줄 것 같지도 않다.

겨우 빼꼼한 밭으로 기어 나와 과일과 음료수로 갈증을 채운다.


 

 

아내는 컨디션이 좋다면 오늘 한 구간을 더 하잔다.

그리하여 나는 개머리재를 자나 지기재 까지  아니면 시간이 허락 하면 신의터재 까지 가는 걸로 알아들었는데 아내는 아예 화령재 까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게 아닌가...

여러 이야기를 한끝에 겨우, 가야할 거리가 멀어 오늘은 화령까지는 갈 수 없다고 알려 주는데 아내는 불만이다 그만큼 소통이 안 된다고 나를 몰아세운다.

자기가 말 하는 한 구간은 우리가 잘라놓은 한 구간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겨우 고개 하나 넘는 것으로 이제껏 이야기 했다며 그렇게 대화솜씨가 없냐며 나를 나무란다.

애고!! 이놈의 마누라 지는 무조건 잘 하고 나는 파이란다..

 

 

 

 

산다운 산은 백학산 하나뿐이다 남쪽으로 내리닫다 백학산이 나온다.

멀리서 앰프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집에선가 신나게 가요를 틀어 놓고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가 보다.


이곳 이정표는 프라스틱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곳곳이 훼손된 것이 많았으나 길이 갈릴만한 곳에는 대간방향 표시를 정확히 해두어 뚜렷하지 못한 대간을 한번도 잘못 든 일 없이 잘 찾아 걸을 수 있었다.

인터넷 소개에는 길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되어있어서 바짝 긴장한 탓일까?


 

 

그런데 일은 벌어졌다 백학산을 내려오다 임도를 만나는데 여기 이정표에 지기재 1시간 20분 이렇게 적혀 있지 않는가?

나는 의심이 같지만 산길이라 질러가는 길이 개발 된 것으로 보고 아내와 시간표를 보니 개머리재를 거처 지기재  까지는 약 세시간 정도 남아 있는 것을 확인 하면서도 다음 다다르는 곳은 지기재인줄 알고 지기재 산장에 전화도 해보고 모동면의 부산장에도 전화를 해보면서 내려갔다.

부산장주인은 공항으로 가는 중이라 마중 나갈 수 없으니 아무차나 부탁 하여 타고  오란다. 6키로 밖에 되지 않으니 잘 태워 줄 거란다.

그러나 고개에 다다르니 그곳이 개머리재였다....

지기재는 여기서 한시간 이십분... 

그만 가자...

더운 나씨에 너무 힘 빠지면 내일 산행에 지장이 있다..

 



 

개머리재에서 그늘에 주저앉아 쉬면서 지나는 차를 기다려 본다.

마침 지나가는 차를 세우니 그분이 목장하시는 분인데 가는 길 까지만 태워달라고  탓는데 아내는 시간 있으면 큰재 까지 태워 달래며 사정한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우리를 큰재 까지 태워 주시겠단다.

너무 고마워 계속 예를 갖추는데 아내는 자녀들 문제로 화제를 돌려 그 집 아들이 11년만에 경북대학을 졸업 하고 집에 와 아직 짐도 풀지 않았으며 목장 일을 돕고 있는데 아직 장가도 못들이고 직업도 잡지 못해 큰일 이란다.

아내는 어린이집선생이라 소개하며 주위에 처녀들을 알아보겠다하니... 거져 몸 건강하고 고등학교 정도 졸업했으면 되겠는데 요즘 처녀들이 시골에 오지 않으려 해 걱정이란다.

아내는 지가 시집오고 싶다며 장단을 맞춘다.


아참 급하게 차를 타다보니 목에 두른 수건이 없어 졌네..

좋은 건데 큰 것 이라 귀를 잘 덮을 수 있는데..

아까워서 몇 번이고 배낭을 뒤져 보았으나 있을 리 없다...

이내 찦차는 큰재에 도착 하고 아내는 그분의 명함을 받아 챙기며 약간의 사례를 하려니 몇 번 이고 거절 하는데 아내가 떼를 쓴다.

참 마음씨 좋은 아저씨다.

내보다 4-5세 선배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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