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멀리 법계사의 목탁 소리가 뚜렷이 들린다. 지금은 사시가 넘어 기도 시간이 지난시간인데도 계속해서 들린다. 아마 사월 초파일을 앞두고 앰프를 틀어 놓은것 같다. 아내와 난 등을 달기로 했다 산행첫날 법계사에서 가족과 백두대간 산행의 무탈을 기원 하자고 로타리 산장에 도착 하자말자 짐을 풀고 법계사로 가기로 했다.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곳에 위치한 사찰이라고 알고 있다. 예전 아이들 어렸을 때 순두류를 지나 법계사까지 간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들 이끌고 오르다 땀에 범벅이 되어 윗도리 허리에 돌려 매고 올라가 절에서 가지고 온 쌀로 밥해 먹은 기억 정겨운 모습이 떠오른다. 뭣 때문에 어린놈들을 힘든 이곳 까지 와서 표고가 제일 높은 절을 밟게 했는지 애비의 뜻을 아는지? 그놈들 기억에 지금도 떠오르는지?
아 이놈들 지금 뭐 하고 있는지?......
바위길을 돌아서니 로타리산장의 현대식 화장실이 소음을 내며 옆에서 나타난다. 전기가 여기까지 올라 왔구나! 전기를 관여하는 한사람으로서 뿌듯한 감이 앞서나 이내 고생하는 동료들이 머리를 스치운다.
산장에 도착 신고를 하고 방에 배낭을 두고 나와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아내는 또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고한다. 담배피지 말라고 " 어이 한 개비 정도는 피워도 괜찮아 "하면서 연기를 빨아들인다. 맛있다.
산장관리인은 산장보수작업에 여념이 없다 .
법계사를 찾았다. 예전보다 규모가 제법 커졌다. 점심시간에는 무료 배식 한다고 적어 놓았다. 기와불사를 담당하는 보살이 요사체 안쪽으로 두리번거리는 아내와 나를 보고 제지한다.
물론 질서를 지키는 차원에서 임무를 다 하는건 좋지만 사람도 없는데 뭐 그리 큰 문제가 있다고 일부러 저지 하는지 절에는 꼭 이런 보살들이 있어서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것이다, 어느절에고 가면 꼭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는 보살님들이 꼭 티를 낸다--존재의식인 것인가?
법당에는 부처님이 모셔지지 않은 적멸보궁이다 유리창 너머 바위꼭대기에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곳이기 때문이다 . 절을 마치고 나와 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연등접수 방에 들어갔고 나는 마루에 걸터앉았다. 스님과 화장실 기술자들과 화장실 설비에 대하여 의논 하는 것을 보면서 절 분위기를 살펴보니 밤에 묵을 늙은 여신도들이 여장을 풀고 담소한다.
아! 한 가지 묵과한 것이 있었구나. 숙소로 절을 택할 수도 있었는데.... 전에도 다음에 오면 절에 묵기로 한 기억이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 떠오른다.
스님이 묻는다. "처사님 절에서 묵을 겁니까?" "예" "저희는 아래산장에 자리를 봐 두고 왔습니다.""아! 그러세요."
아내는 아이들의 나이를 자꾸 헷갈린다. 딸아이는 헷갈릴 없는데 아들 녀석은 음력과 양력이 연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로 음력을 쓰는 절에서는 받아 적는 사람과 의사소통에 지장을 받는다.
연등 접수를 마치고 나온 아내는 커피한잔을 얻어 주면서 아들이 벌써 스물둘 이란다. 음력(87년생)양력(88년생)나도 그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아직 성년도 안됐는데 22살이라니????
하늘을 보니 이내 흐려져 한줄기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맑던 하늘이 참.. 산중 날씨는 알 수가 없는 것이 실감 난다.
산장 관리원은 일하던 것을 비올가봐 멈추고 공구를 정리한다.
일찍 저녁을 해 먹어야겠다. 절에서 돌아오니 대학생 남여가 산장에 있었다. 아내는 어디서 왔냐는 등 말을 건낸다.
내일 날씨 어떻겠냐고 나보고 묻는다. 괜찮을 것 같은데 산중 날씨라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떡인다.
취사장으로 가는 쯤 하늘이 맑아 산장 관리원은 또 일을 시작 한다.
가져온 쌀 전부를 밥 하려 하였으나 너무 많아 좀 남기고 코펠 가득히 밥하고 즉석 명태 국을 끓였다.
오래간만에 높은산에서 하는 밥이라 설었다 다시 물을 붓고 겨우 익혀 먹고 내일 먹을 주먹밥을 4개를 준비하였다. 가지고간 알미늄호일이 1밀리도 안 남는다.
그간산장에는 한팀이 더 도착 했다 부부가 대학생 아들과 한께 온팀 이다.
이들도 절에 다녀와서 내일 아침 일출이 목표라면서 언제쯤 출발 하면 되겠는가고 의논해 온다.
아마 3시만 정도에 출발하면 될것 같은데 날씨가 어떨 런지 하니 기상청을 믿어 보잔다. 그러면서 그 시간에 깨워 달란다.
세팀 7명만 묵으니 방은 널찍하다 남녀 침상구분 한다고 했으나 가족끼리 자라고 관리원이 맞은편 멀리 떨어져 누워있는 나에게 이야기 한다.
포항공대 1.2년생인 여(인천)남(부산)학생들이 조잘 조잘 정답게 이야기 한다.
아내는 포항공대 다니는 이들이 부럽다고 이야기 하면서 계속해 말을 건다.
침상에 앉아있는 아내와 나를 나와 동갑이라는 부산에서 온 부부팀의 남자가 사진을 찍어준다.
대학생들이 조용해 졌다. 그런데 아까 사진 찍어준 남자가 코고는 소리 운운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2층으로 올라간다. 소등하고 잠을 청했으나 밤새도록 뒤척이는 마루소리가 더 시끄럽다.
아참! 밤하늘을 살펴보지 못했네... 밖으로 나오니 찬바람이 몰아친다. 구름사이로 별이 조금 보인다. 저 정도면 천왕일출은 볼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