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덕유산 삿갓재

goldgate 2008. 10. 6. 11:36

 

 

 삿갓봉은 그야 말로 삿갓모양으로 보이는데 오르는 길이 아득해 보인다.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보니 더욱더 멀어 보인다.

 

 쉬면서 간식을 하고 있는데...

 

한사람이 맞은편에서 오며 미소 짖고 있다.

원래 얼굴이 미소를 머금은 사람인가?

"안녕 하세요" '반갑습니다."

인사한 후 시선을 피하는데 아내는 갑자기 " 아저씨 또 만났네요." 하는 게 아닌가...

나도 다시 쳐다보며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만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인사를 한번 더하는데..

아내는 지난번 산행 때 중치에서 만나 사진을 찍어준 사람이고 한다.

맞다 그 사람이구나.. 그땐 노란셔츠에 대머리였는데 오늘은 모자를 쓰고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메고 있으니 나는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아내는 금방 알아본다.

나보다 사람식별 능력이 한참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산에서 두 번 이나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어 한참 산행 이야기를 한다.

자기일행은 11시경 육십령에서 출발 했는데

자기는 삿갓재 대피소에 예약을 해놓고 그들을 데리려 간단다.

내일은 빼재까지 간다고 하니 대단한 대간꾼이다.

서울에서 왔는데 월 1회 대간 산행을 한단다.


저번에 사진을 잘 찍어주어 표정도 좋고 하여 프린트 하여 지금도 거실에 걸어 놨다고 하며

다시 카메라를 내미니

그늘에서는 후fot시를 써야 된다며 카메라 설정을 하는데 익숙치 못하여 한참을 만지나

결굴 후랫시를 사용하지 못하고 셧터를 누른다.

나도 귀찮아 그냥 내버려 두었다.

물이 귀하니 대피소에 도착 하자마자 오른쪽 계단아래 샘물을 떠야 한다고 일러 주고 다시 길을 가며 저녁에 대피소에서 만나면 좋은 사진 찍어 주겠단다.


오기 전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물이 귀하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구나.

아내는 물을 사서라도 세수까지 해야 된다며..

 정말 물구하기 힘들면 대피소에서 물을 사야겠다고 한다.


 

 

 

여간해서 삿갓재 대피소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

무척 오래 온 것 같은데 아직도 1.3 ㎞....

5시 까지는 갈 수 있으려나..

그렇다면 오늘 산행 시간은 9시간 반... 온몸이 지쳐온다..

 

 

삿갓봉을 300 미터 옆에 두고 길은 봉우리를 우회한다.

지친 상태라 봉우리에 올라갈 엄두를 못 낸다.


5시 15분쯤 대피소에 도착 하여 신고한 후 나무계단 밑에 물을 뜨러 갔다.

물의 양은 적은데 한사람이 물을 담고 있다.

우리는 손을 씻고 아내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얼굴을 씻어야 한다며 나에게 물을 부어 주라고 한다.

나는 얼굴 보다 발을 씻어야 한다며 발에 아내에게 물을 부어 달라고 한다.

한쪽 다리에 의존하니 힘 빠진 지친 다리라 중심이 흐트러져 몇 번이나 몸이 흔들린다.

2ℓ 병과 작은 음료수 병에 물을 받아 가파른 계단을 슬리퍼를 신고 올라오니

숨이 차고 힘들어 중간에 쉰다.

나는 계단에 바로 서있으니 아내는 한 다리에만 힘주고 한 다리는 한계단위에 쉬게 하라고 하면서 나를 가르친다.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그냥 서서 쉰다.


새로 사온 버너가 말을 잘 들어야 할 텐데..

취사장에서 불을 댕겨보나 점화가 되지 않는다.

다시 방에 올라가 라이터를 가지고 와서 불을 붙힌다.

방까지는 계단으로 올라가야 되는데 몇 계단도 오르내리기 싫다.


가지고간 쌀 전부를 올려놓고 밥을 짓는다.

오늘저녁, 내일 아침, 내일 점심.....

인스턴트 북어국을 끓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스도 넣지 않은 채..

버너는 쓸 만 했으나 점화가 되지 않으니 바꾸어 달래야겠다.

조금 있으니 취사장에 있는 사람 중 한명이 구수한 밥 냄새가 난다며 샘을 낸다.

그들은 보통 라면으로 때우고 있었다.

밥이 많다며 좀 달라는 눈치다.

내일 점심 까지 하는 거라며... 미안하기 그지없지만 못 줬다.

지금도 구수한 밥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미 자리를 차지한 7-8명의 한 팀은 식사가 끝나가려는 모양이라서

앉을 자리를 살펴보고 있는데 낯익은 사람이 인사를 한다..

아이고!!! 이런 곳에서 지인을 만나다니.

우리 회사 경남본부에 근무하는 정연재 아닌가?

아고이 이사람 누구야!! 여기 와서 만나다니.

그들 산악회 일행과 일시에 나를 쳐다본다.

오늘 남덕유로 올라와 내일 향적봉으로 향한단다.

소주를 마셔 얼굴이 벌겋다.

회사이야기 잠간 하고 그들이 밖으로 나간 후

아내와 나는 맛있는 둘만의 산상 만찬을 즐겼다.


대피소는 점점 붐빈다.

마당에서 자려는 사람, 대피소내 곳곳의 빈 공간에 관리인이 자리를 할애 해준다.

그래도 절대 부족이라 관리인과 언쟁을 하는 사람도 눈에 띤다.

절대로 예약 하지 않고는 올수 없는 곳이 국립공원 대피소라고 마음에 새긴다.

아내는 윗층 나는 아랫층에 자리를 배치 받고 모포를 두장씩 대여 한다.

가지고간 양주를 몇 모금 먹으니 몸이 편안해 온다.

아내는 마시지 않겠단다.

이층에서 아내는 그 친구 여자일행과 담소를 즐긴다.

아까 사진 찍어 주던 일행이 들이 다친다.

밥 해 먹고 소란스럽다.

그러나 9시 소등이 된다.

좀 지나자 조용해진다.


옆에서는 코고는 소리가 방을 진동 한다.

코고는 사람은 밤에 한번도 깨지 않는가?

그렇게 잠 잘 자는지 얄미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잠을 청하여 억지로 잔다.

겨울용 윗도리를 입으니 덥다.

벗어본다, 한결 시원하다.

밖은 춥고.. 대피소는 발디딜틈 없이 여기저기 사람이 누워 꽉 찼다.



 

 

새벽 4시쯤 되니 밖은 칠흑 같이 어두운데 몇 사람이 들락거리기 시작 한다.

조금 있으니 들락거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이제 잠자기기는 그른 것 같다.

일어나 물병을 챙겨 밖으로 나온다.

아내가 일어났는지 캄캄하여 확인 할 수 없다.

샘에서 물이라도 길어 와야겠다.

샘으로 가는 계단에서 하늘을 보니 별이 온통 하늘을 덮어버렸다.

빈 공간이 없다.

장관이다,

큰별 작은별, 밝은별 어두운별, 빼곡한별, 드믄드믄한 별, 파란별 붉은별........

세상은 내가 잠든 사이에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거대한 법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하늘을 고개가 뒤로 젖혀지도록 본다.

기분이 상쾌하다.

아내가 빨리 일어났으면 같이 볼 건데...

.

.

.햐... 이 맛에 산에서 밤을 보내는 구나..

물을 떠다놓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아내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 후 이층계단으로 올라가 고개를 내밀고 아내를 부른다.

한참 멋모르고 아내가 일어날 때까지 두리번거리니 다른 여자분이 나보고

얼굴 내밀고 여자들 본다고 뭐라 한다.

그제서야 여지들 방을 보고 있는 실례를 범한걸 알고 황급히 내려온다.


아내는 벌써 화장실에 다녀왔단다.

아마 내가 샘에 갈 때 일어나 있었던 모양이다.

아내를 데리고 별구경 하자며 밖으로 나온다.

이미 산장에는 외등이 켜져 있어 조금 전 별보다는 찬란하지 못하다.

아내를 등이 비치지 않는 샘으로 가는 계단 쪽으로 가자고 하여 한 계단 내려서려니 가지 않으려 한다.

다리가 무척이나 힘든 모양이다.

오늘의 덕유산 별 구경은 여기서 끝이다.

하늘은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아침은 간단하다 어제 먹다 남은 밥에 물을 약간 붓고 덥힌다.

국거리로는 사골 우거지 국이다.

누룽지밥에 커피까지 끓여 먹고 나니 부자 부럽지 않다.


아내는 세수해야 한다며 나선다.

빗물 모아놓은 물통에서 약간의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한다.

그리고 이내 산행 준비를 한다.

산장에서 작은 생수 두병을 사서 물병에 보충하고 배낭에 넣는다.


 

 

아침의 대피소는 산행 준비로 모두가 바쁘다.

이미 떠난 팀도 있다.

정연재도 자기팀끼리 간다며 인사 하고 떠났다.

 해는 이미 돋아 있으나  낮은재 부분이라서 보이지 않는다.

 

 

 

자 ! 지금부터 오늘 산행 시작이다.

어제 길을 많이 단축 시켜 놓았기 때문에 약간의 여유마저 부린다.

그리고 마지막은 곤돌라를 이용 하산할 예정이므로 더욱 안심이 된다.

출발 직전 어제 못 찍은 대피소 사진을 찍는다.


자! 힘차게 출발이다.

배낭은 어째 어제보다 더 무겁다.

끙! 하며 어께에 들러 메고 한번 추스리고 앞 벨트를 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