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석평전
새벽에 천왕봉을 넘고 식사를 한 우리에게는 장터목에서 세석까지의 산행도 그리 만만한건 아니다.
연하봉, 산신봉을 넘어 가는 길에 구상나무가 자주 눈에 뛴다. 전에 까지만 해도 그저 주목나무 이겠거니 했는데 몇 년 전부터 구분할 수 있었는데 아내에게 나무 이름을 일러 주어야겠는데 구상나무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낑낑대며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애고 이놈의 썩은 머리 나이 오십이 넘어가자 그저 깜빡 깜빡 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뭐를 생각 했다가 금세 잊어버리고 한번 생각한 것은 바꾸지 않고 고집스러우며 주변이 자꾸 마음에 안 들어 세월을 한탄하고...
이놈의 썩은 정신이 사라져야 할 텐데.....
예의 그 깨어져 있으면서 이빨을 맞추고 있는 바위는 왜 그리 많은지 그런 바위 볼 때 마다 아내와 난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다 아내는 말한다." 깨어진 채로 산다. 새로 짝 구해 봤자 그만큼 맞추려면 힘만 들 뿐이지" 그래 맞아 맞장구친다.
촛대봉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조망해 보았다.
지리산의 웅장한 능선의 흐름은 언제보아도 나를 압도한다. 드문드문 핀 진달래는 도시 산중의 색깔과는 비교 할 수 없으리만큼 투명한 진분홍이다.
아내는 다리에 무리가 오는가보다. 고생시킨다. 뭐하자고 이 고생하나 하는 말투로 중얼거리며 뒤도 돌아보지도 안고 계속해서 걷기만 한다.
나와의 거리가 20보 이상 난체로 앞에서 혼자서 걷는다.
세석평전이 보인다. 깨끗하게 지어진 대피소 오랜만에 넓은 지대를 보는 것 같다.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철쭉이 장관을 이루었고 밤에는 수많은 별들이 하늘 가득 메운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철쭉 몽우리는 아직 움도 트이지 않은 체 인공적으로 가꾸어 놓은 평원으로 존재 했다.
지난주 경남지사에 근무하는 김동진이 회사산악회를 인솔하여 이곳질산의 또 한 자락인 바래봉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 왔는데 철쭉은 온 산을 덮고도 남을 분홍빛 물결 이였는데도 이곳 세석은 꿈쩍도 않는걸 보니 그러고 이곳의 철쭉꽃 빛깔은 흰색이 더 가까운 꽃으로 기억된 것을 생각해보면 또 한번 지리산의 웅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세석평전의 철쭉은 현충일 부근기준이다. 아직 현충일 까지는 보름여 남았으니 아쉽게도 드문드문 핀 진달래에 만족해야 했다.
집에 돌아와서 안 꽃 이름이지만 세석으로 가는 길은 "얼레지꽃"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꽃대는 작지만 연보라빛깔 하며 생김새는 어느꽃과 비교해도 뒤지질 않겠다.
이것역시 자연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 틀림없이 사람의 손이 많이 간 인공적인 것이리라...
생태 관찰로를 나무다리와 계단으로 만들어 놓았으나 한가히 관찰할 시간을 갖지는 못했다.
잘 지어진 대피소는 내가 인터넷에서 처음 예약 하려고한 산장이었다, 웬 사람이 그렇게 많이 신청 하는지 순서에 밀려 못하고 만 그곳 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것이 보였다.
대피소는 좌측으로 약간 우회 하여야 했기 때문에 아내 에게 물었다 화장실등 들려갈 이유가 있는가 하고 말이다. 아내가 그럴 일 없다하여 바로 세석평전을 통과 하였다.
하늘의 햇살은 따가웠으나 기온은 그리 높지 안나보다. 땀은 나는 것 같은데 이내 말라버리고 만다. 땀을 닦지는 안 해도 된다. 세석대피소가 뒤로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