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목
바위 길은 흠뻑 젖어 걸음에 지장을 준다. 새로 산 등산화 내 것은 몇 번 신어 질이 났으나 아내 것은 새것이라 아직 바위 흡착력에 익숙하지 않아서 조심조신 걷는다. 철 계단을 내려오다 뒤에서 내려오는 아내의 등산화를 보니 너무 큰 것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발에 티눈이 번성하여 일부러 보통 등산화 선택크기보다 큰 것을 신었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 등산화를 살피니 남자들도 아내 것 보다 작아 보였다.
잘 걸을 수 있어야 할 텐데?
통천문을 내려서다가 바위에 머리조심이라고 쓰여 있는 글씨를 보고 처음 걸음은 조심 했는데 다음 불룩 튀어 나온 바위에 아내는 머리를 부딪친다. 아야! 하고 한참 아픈 머리를 감싸고 참는다.
이쯤에서 우리는 지리산다운 절경을 감상해야 하는데 여러 번 이 길을 지나간 적이 있으나 오늘만큼 밋밋한 적이 없었다. 구름이 온통 산을 감싸고 가는 길 밖에 볼 수 없으니 안타깝다.
물에 젖은 길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스틱을 2개를 쓰니 훨씬 안정감이 있으며 힘도 덜 드는 것 같다. 바위 풀 모두 젖어있으니 마땅히 쉴 곳도 없어 천천히 계속해서 걸었다.
올라오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오두 분주히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장터목에서 오는 사람은 우장이 없었다. 천왕봉만 날씨가 이런 모양이다.
아내는 조금 지쳐 보이나 잘 걷는다.
장터목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복잡했다. 취사장에는 만원이라 밖 계단 밑에서도 버너를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여기서 우리는 컵라면을 사서 만들어온 주먹밥을 먹기로 했으나 컵라면은 판매되지 않았다. 그러면 일반라면을 끓여야 된데..... 짐도 죄다 풀어야 하고 물도 길어 와야 한다. 아이고! 시간 차질이 엄청나겠구나 하면서 아내를 취사장의 입구에 세우고 자리확보하면서 있으라 하고 나는 배낭을 맨 채 밖으로 나왔다. 다리는 아프지만 서둘러야 한다.
배낭 맨 밑에 버너와 코펠을 넣었기 때문에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배낭 짐 전부를 풀었다 과자봉지 ,반찬봉지, 주먹밥, 수저, 옷가지, 기타 등등해서 주섬주섬 꺼내기가 어간 어렵지 않다. 땅이 젖어 있으므로 해서 더욱 그렇다. 억지로 버너 코펠을 커내고 배낭을 진체로 샘으로 가서 그릇을 행구고 물을 코펠 가득히 들고 오니 다리가 떨린다. 이때 깜작 놀랐다 스틱이 내손에 들려져 있지 않았다. 아이고! 스틱 잃어 버렸구나! 먼 길 가자면 큰일이다 싶어 전후좌우 배낭 푼 곳을 뒤돌아가 봤으나 보이질 않는다. 아내에게 맡겨놓고 오지 않았을까? 하면서 취사장을 들어서니 아내가 챙겨 가지고 있었다.
버너는 구식이다 총각 때 구입한 2십년도 더된 날개달린 가스버너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물건 지금 것 보다 제법 무겁게 보이며 부피도 크다. 가스는 일반음식점 이동용버너에 쓰는 길다란 원통형이다.
조립하여 불을 붙이니 다른 버너 보다 어찌 화력이 시원치 않아 보인다, 애고 가스가 모자랄게 아니가 하고 걱정된다.
라면은 예상보다 빨리 끓여지지 않는다. 억지로 라면을 끓이고 어제저녁 로타리산장에서 만들어 가지고간 주먹밥을 들고 먹으니 정말 행복하다. 알미늄호일이 그릇처럼 손에 들려져 라면 먹기에는 안성마춤이다. 다리가 저려 왔으나 앉을 수는 없다, 선채로 꿀맛 같은 주먹밥과 랴면 국물 가지고간 김치. 멸치. 장조림 에 배는 불러왔다.
남은 국물을 잔밥통을 찾아서 버리고 대충 짐을 꾸렷다. 여기서는 산을 내려가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저쪽 구석에 조금 전 젊은이들이 놓고 간 가스통을 보니 우리가 쓸 수 있는 가스가 있었다. 아내와 번갈아 들어 보며 우리 것과 잔량을 측정해보고 가스통을 바꾸어 배낭에 넣었다. 앞으로 얼마나 필요 할지 모르므로 조금이 라도 더 남은 것으로 바꾸었다.
아내는 양치를 해야 한다며 샘가로 가자고 했다. 물이 차서 입안에서도 오래 꿈고 있지도 못한다. ,대충 치약 없는 양치를 하고 돌아섰다 이제는 화장실로 가야한다 나는 냄새나는 화장실 옆에서 담배 한대를 피우며 서서 마나님을 기다린다.
땅이 축축하여 앉지는 못한다.
시간이 많이 경과 되었다 서둘러 걸어야 오늘 연하천 까지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