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로타리산장 밖은 추웠지만 히타를 켜주어 담요 두장으로 자는 데는 너무나 좋았다. 3시쯤 자는 아내를 깨워 화장실로 보내고 출발 준비를 한다. 어차피 모두 떠날 시간이니 전깃불을 켜겠다고 하면서 실내 전등 켰다. 화장실 간 아내를 기다리는 사이 부부-아들 팀은 걸음이 늦다면서 먼저 출발 했고 대학생팀은 남학생은 채비를 하나 여학생은 담요를 더욱 뒤집어 쓴다.
학생 안 갈거니 하니 남학생이 "아무래도 못갈 것 같아요 "하면서 포기 한다.
밖으로 나왔다 그사이 산 아래서 올라온 한 팀이 마당에서 서성인다. 나도 간단히 용변을 보고 손전등을 준비하여 아내와 출발 했다.
하늘은 그리 맑지는 않았으나 간간히 별이 보인다. 어제 절에서 봐 두었던 들머리로 길을 잡았다. 칠흑같이 어두웠으나 손전등이 길을 잡아주었고 스틱은 하나씩만 잡았다. 밤이라 내가 앞장을 서고 아내가 뒤따랐다.
등산객이 많이 다닌 길이라 길은 잘 보였다 그러나 간간히 넓은 바위에서는 내리는 길이 안보여 바위 위를 여기저기 살핀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어느만큼 오르다 산 밑을 내려다보니 여기저기 마을에 외등과 주택 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고요하다..... 내가내는 숨소리만 요란 하다. 새벽부터 이렇게 가파른 길을 걸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혈압약은 미리 먹어 두었다. 앞에 떠난 부부.아들팀이 얼마나 멀리 갔는지 불빛도 안 보인다.
갑자기 산이 구름으로 덮힌다. 손전등의 불빛이 구름에 어른거려 시야가 좁아진다. 쉴 수는 없다 일출 시간은 정해져 있으므로 산위에서 쉬는 게 맞다. 열심히 올라가니 먼저 떠난 부부.아들팀이 쉬고 있다. 인사하면서 추월 하였다.
그런데 아내가 비가 온단다. 나도 뭔가 맞은 것 같은데 아니 비 오면 안돼! 하면서 속으로 생각다 아내보고 나뭇잎에 맺힌 이슬이겠지 지금 이슬이 오는 거야!!!!!
아니다 빗방울은 굵어졌다. 더 오기 전에 판쵸를 꺼내 입어야 한다며 판쵸를 커내 서로 입혀주고 밸트를 매주었다. 팔뚝이 거추장스러웠으나 바람도 막아주고 보온이 잘 되는 것 같았다.
이놈의 판쵸 사려고 몇 군데나 돌다 겨우 온천장 산악용품점에서 무릎보호대와 함께 배달 받은 거 처음으로 입어 보는 거다. 서걱 서걱 제법 빗방울이 아내의 판쵸위로 굴러 가는 것이 보인다.
다 올라가면 멈추겠지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내리는 빗방울은 멈추지 않는다.
개선문?을 지나 천왕샘까지 도달 하였으나 판쵸는 벗을 수 없었다. 천왕샘의 석간수는 지날 때 마다 먹어도 역시나 시원하다 아내는 물을 흔들어놓아 먹을 수가 없었다. 아침이라 그리 목마르지 않은지 물욕심이 없었다. 날은 동이 터는 중이라 더 이상 손전등 없이도 걸을 수 있었다.
문득 뒤돌아보니 여명 속 바위틈에서 진분홍 진달래가 수줍은 얼굴을 내 밀고 있지 않는가?
아! 우리 집 뒷산 매일 오르는 금정산에는 벌써 피었다지고 철쭉마저 진지 오래 인데.....
아내 보고 진달래 봐라고 알려주었으나 아직 어둠이 깔려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치다.
마지막 가파른 곳 구르는 잔돌을 힘겹게 밟고 올라서니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 표지석을 에워싸고 있다. 우리는 그 옆바람이 차단되는 바위틈에서 휴식을 취했다.
숨이차다......
그리하여 시간을 보내면서 기다려보았으나 끝내 천왕일출은 다음기회로 넘어 가고 있었다.
구름에싸인 천왕봉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3대공덕을 쌓아야만 볼수 있다는 일출은 공덕부족이라 느끼며 장터목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